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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파리 (5)
헤일리의 삶쓰기
노트르담 성당은 지난봄 대화재를 겪었다. 인터넷으로 확인해 본 결과 노트르담 성당은 폐쇄되어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남편과 노트르담이 있는 시테 섬에는 가보고 싶었다. 그저 세느강변으로 따라 걸으며 노트르담 성당과 가까워지는 느낌을 함께하고 싶었다. 여행이 시작된 넷째 날에도 우리는 어김없이 늦잠을 잤다. 알람시계는 8시 50분에 맞춰져 있었지만, 우리는 동시에 그 알람을 무시하고 좀 더 잠을 청하였다. 도저히 피곤하여 조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얼마간을 더 잤을까? 눈을 떠보니, 11시였다. 어차피 일찍 일어난 뒤 일찍 피곤해져서 일찍 호텔에 들어오는 거나, 늦게 일어난 뒤늦게 피곤해져서 늦게 호텔에 들어오는 거나, 둘 다 똑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더 이상 늦잠을 자는 데..
파리의 교통파업은 내가 세웠던 수많은 여행 계획이 그대로 되지 않음을 암시해주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을 원하는 시간에 갈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발길이 닿는 대로 여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파업기간 동안 나는 Citymapper라는 앱을 이용하여서, 실시간으로 언제 지하철이 오는지 버스가 오는지 확인하였고, 파업에 따라 달라지는 운행시간도 확인할 수 있었다. 편리하게 지하철과 버스를 검색할 수는 있었지만 문제는 자주 다니지 않는 대중교통 때문에 걸어가는 것보다 대중교통을 타는 것이 더 오랜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와 남편은 걸어다녀보기를 선택했다. 셋째날에도 우리는 어김없이 11시에 일어났다. 얼마나 잤을까 암막커튼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빛에 눈을 겨우 뜨곤 휴대폰을 확인해보..
도착 첫날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모자란 잠을 자는 데에 소비하였다. 비행기에서 잠깐씩 눈은 붙였다고는 하나, 6시간의 시차에서 오는 피로감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리고 중거리 비행이라 할지라도, 비행기가 동반하는 멀미 감과 좁은 공간이 주는 불편감으로 인한 피로는 어찌할 수 없었다. 우리는 호텔 체크인이 될 때까지 라운지에서 각자의 코트를 담요 삼아 선잠을 잤다. 그렇게 10시부터 오후2시까지 총 4시간을 비몽사몽 보낸 뒤에서야 우리는 호텔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는 호텔방 창문을 통해 생 라자르 역을 바로 마주할 수 있었다. 굳이 좋은 곳, 유명한 곳을 찾아다니지 않더라도, 이 방에서 바라보는 생 라자르 역만으로 충분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도착 첫날, 나는 호기롭게 갈 곳들을 정리했지..
우리는 파리까지 직항이 없는 작은 동네에 살고 있다. 사실 작다고 이야기 하기에는 그렇게 작지는 않은 규모의 도시에 살고 있다. 하지만 유럽까지 가는 직항이 한편도 없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항상 큰 허브공항까지 가는 수고를 감내해야만 했다. 그것을 수고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의 통제 불가능한 상황들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주요한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라 함은 우리 동네에서 큰 허브공항까지 가는 작은 비행기가 예정보다 늦게 출발하거나, 취소되는 것을 일컫는다. 미국 내 국내선은 여러 대의 비행기를 운행하는 것이 아니라 한대의 비행기로 최대 3번의 왕복 운행을 하기 때문에, 앞선 시간의 비행기가 우리 동네 공항에서 늦게 출발하였다면, 우리 비행기가 늦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기 ..
처음 여행 이야기의 시작은 얼마 전 남편과 함께 했던 파리 여행 이야기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나와 남편은 일주일간 파리에서 휴가를 보냈다. 휴가라기 보다는 상처가 많은 우리 동네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무작정 떠났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는 우리의 몸과 머리를 붙잡는 많은 상처들이 있다. 써야 할 논문들, 해야 할 과제들, 쌓아놓은 설거지들, 빨래 바구니에 쌓여있는 우리들의 빨래들... 우리가 원했던 것은 그것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었다. 상처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도망쳐, 딱 일주일만이라도 멍하니 온전히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그 시간. 그 시간을 우리는 그려왔다. 그래서 얇은 지갑이기는 하지만 돈을 모아 비행기티켓을 샀고, 호텔 포인트를 모아 숙박을 해결한 호텔을 예약..